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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다하려고 하는 고통

  • 작성자 : 손영호
  • 조회 : 588
  • 24-06-02 18:36

한 번에 다하려고 하는 고통


  지난 주간에 신체검사를 했습니다. 의사가 각종 설문을 하고, 혈압을 재고, 청진기로 가슴에 대보며 이것 저것 점검을 했습니다. 그렇게 서류를 정리하면서 저에게 필요한 면역주사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맞아야 하는 주사가 다섯 개였습니다. 신속하고 원활한 처리를 위해서는 다섯 개의 샷을 한 번에 맞아야 했습니다. 


  가까운 약국에 들러서 필요한 주사를 제시하고 요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약국에서 줄 수 있는 주사는 세 개이고, 나머지 두 개는 병원 가까이에 있는 약국으로 가서 맞을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습니다. 우선 세 개의 주사를 맞았습니다. 한국에서 이미 맞았을 주사이지만 증명할 길이 없어 새롭게 맞아야 했습니다. 주사를 주는 약사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세 개의 주사를 왼쪽 팔에 맞고 나머지 두 개의 주사를 맞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나머지 두 개의 주사는 오른 팔에 맞았습니다. 이렇게 다섯 개의 주사를 한 번에 맞기는 난생 처음입니다. 


  주사를 맞은 다음 날 저와 아내는 심하게 앓았습니다. 두통과 몸살이 있었고, 양 팔은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침대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조금씩 회복하며 하루에 다섯 개의 주사를 맞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아내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한국의 간호사인 아내의 친구는 미국에서는 다섯 개의 주사를 하루에 준다며 놀라워 했습니다. 그만큼 저희에게는 고통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다섯 개의 주사를 맞으면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찬물도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처리하며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신앙의 성숙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도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라고 고백합니다. 수련회나 부흥회나 한 번의 회개나 말씀으로 완전 성숙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말씀과 기도와 회개와 순종의 삶을 통해 점진적으로 성숙하고 완전해 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험이나 연단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날마다의 훈련이 결국 큰 시험도 이기게 되는 것입니다. 한 번에가 다가 아니라 날마다, 계속해서, 점진적으로 더욱 성숙해 나가는 어스틴 사랑의 교회가 되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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